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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지지부진한 4가지 이유- 송승종 (국제분쟁 전문가ㆍ대전대 군사학과 교수) 주간조선(제2773호) /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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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50회 작성일 23-10-1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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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627반격의 제2파가 시작되었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1개월이 지난 시점을 기준으로 공격부대의 전진거리는 평균 10마일 정도다. BBC 뉴스에 의하면 우크라의 전진으로 해방된 면적은 240(뉴욕 센트럴파크의 약 7)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에 회복된 정착촌은 자포리자-도네츠크 접경지역인 우로자이네로 알려진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크라이나군이 반격 제2(2단계)가 시작된 지 몇 주일 만에 거둔 최초의 구체적 성과로 기록된다. 우로자이네는 우크라이나가 최근 수복한 다른 몇몇 마을·도시들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전략적 중요성이 없지만, 대개 3선으로 구성된 러시아군 방어망의 제1선을 돌파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우크라이나는 한 마을·도시를 점령할 때마다 또 다른 진전이 이뤄지고, 이것이 합쳐져 임계치를 넘어서면 본격적 돌파구(break-through)’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는 걸프전 당시 미군(다국적군)처럼 충격과 공포방식의 전격전으로 거대한 돌파구를 형성한 다음, 쪼개진 방어부대를 각개격파하는 전형적 방식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한마디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속도는 답답하고 지지부진한 수준이다.

8월 초부터 우크라이나군은 주공인 제9군단 공격을 지원하기 위해 전략예비로 남겨두었던 제10군단 투입을 결정했다. 서방 측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준비를 위해 12개 여단을 훈련시켰고, 그중 9개 여단이 서구식 최신예 무기·장비로 무장했다.(지금은 9개 여단 중 5개 정도만 남아있다.) 포브스 보도에 의하면, 미국산 스트라이커(Stryker) 장갑차, 독일산 마르더(Marder) 보병전투차량, 영국산 챌린저(Challenger) 탱크 등 약 150대의 탱크·장갑차를 보유한 제82공중강습여단도 투입되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제공한 중장비의 절반으로 무장한 제82여단은 코믹할 정도로 강력한(almost comically powerful)” 부대로 평가된다. 우로자이네 점령에 투입된 바로 그 부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들의 2파 반격에 대한 성공·실패를 판단하기에 시기상조라면서도 반격부대의 기대했던 것보다 느린(slower than desired)” 전진속도에 실망감을 보였다.

 

‘3 1 원칙못 지킨 반격작전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어려움을 겪는 첫째 이유는 성공의 필요조건인 ‘3 1’ 원칙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격이 성공하려면 공격부대가 방어부대보다 3배 이상의 군사적 우위를 가져야 한다는 원칙은 군사적 금언이다. 1986년 미 육군 개념분석국(USACAA)1600~1973년까지 600회 이상의 지상전투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공격부대의 숫자가 3배 이상일 경우 성공할 확률은 74%. 현대전에서 방어부대를 격파하는 방식은 사전 소모전(prior attrition) 전면적 파괴(sheer destruction) 취약한 방어부대 기습 등이다.

그럼 어째서 우크라이나군은 상기의 방어부대 격파 방식은 고사하고 ‘3 1’의 요건도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반격에 나선 것일까? 가장 유력한 이유는 러시아가 충분한 예비대를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오판)했기 때문일 것이다. 예비대가 충분치 못하다면 무려 1000이상의 광정면을 동일한 밀도로 방어(1개 여단의 적정 방어정면은 15~20)할 수 없다. ‘탐침공격으로 여기저기 찌르다 보면 약점이 발견될 것이고, 여기에 전투력을 집중하면 단기간에 돌파구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터이다. 그러나 불길하게도 지난 4월 미국의 유럽연합군총사령관(SACEUR)우크라이나에서 싸우는 러시아군이 전쟁 개시 전보다 더 강해졌다고 선언했다. 그가 수치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러시아군 규모는 전쟁 초반의 20만명보다 훨씬 늘어난 30만명으로 추정된다. 서방 측 정보판단이 틀렸다면,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실패로 끝나거나, 설령 부분적 성공에 그치더라도 놀랄 일이 아니다.

반격작전이 지지부진한 둘째 이유로 우크라이나군의 정교한 제병협동능력 부족이 지목된다. 1980년대부터 서방군대(특히 미군)에서는 첨단장비·정밀유도무기와 신속·과감한 기동을 통한 신속한 적 부대 격파가 표준작전절차(SOP)로 굳어졌다. 1990년대 초반에 벌어진 걸프전에서 이런 방식이 더욱 업그레이드되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우크라이나군이 NATO가 제공한 최신예 무기·장비로 전격전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며 좌절감을 보였다. 우크라이나군에게는 제병협동작전(combined arms operations·CAO)’ 경험도 거의 전무하다. CAO의 목적은 기갑·보병·포병·공병·항공 등, 여러 병과의 부대들이 함께 작전을 수행하여 통합전투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협동성·동시성·상호보완성이 핵심이다. 그렇지만 하드웨어를 갖춘다고 해서 CAO가 저절로 수행되진 않는다. 여단의 중대·대대는 일정기간의 작전경험을 보유한 지휘자·지휘관이 이끌어야 한다. 미군의 경우, 소대장은 2~5, 중대장은 5~7, 대대장·여단장은 15~20년의 경력이 필요하다. 반면 우크라이나군 지휘부는 상대적으로 매우 젊다. 일례로 총사령관이 49세이고, 최정예 창끝부대로 알려진 제47기계화여단의 지휘부는 모두 20대이다. 실제 전투에서는 패기와 용맹이 경험과 노련함을 대체하기 어렵다.

셋째 이유는 기동전에서 소모전으로의 전술적 변화이다. 이는 작전 성과 극대화를 위해 우크라가 선택한 결과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런 상황으로 내몰린 결과이다. 당초에 영국군 총참모장인 토니 라다킨 제독은 우크라이나 전략을 3S로 표현했다. 러시아 방어군을 굶기고(starve), 늘리고(stretch), 때리기(strike)’란 의미다. 지금까지 2S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마지막 S(타격)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지난 6월 초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보고서는 지뢰밭·용치(龍齒참호·함정 등으로 이뤄진 복합 방어진지대가 우크라 반격부대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특히 공병(지뢰·장애물 구축을 담당하는 병과)이 러시아군 중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6월 초 시작된 반격작전 초반에 서방에서 지원된 중장비(탱크·장갑차 등)20%가량이 손실되자, 우크라이나군은 대규모 돌파구 형성에 대한 기대를 접고 소모전술로 전환했다. 피해를 무릅쓰고 정면공격을 지속할 경우, 무기·장비의 투자수익(return on investment)’을 기대하는 서방국을 실망시킬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결국 우크라이나군은 6주에 걸쳐 러시아군의 포병·방공·전자전체계 약화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전술적 변화가 불가피해질 만큼 전황이 녹록지 않게 되었다. 대량 손실을 상정한 기동전 위주의 공격작전에서 전투력 보존을 위한 소부대 단위 작전으로 우선순위를 조정한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을 방문한 신미국안보센터(CNAS) 소속 전쟁전문가에 의하면 지금의 전투는 전방에서 포병의 지원을 받는 보병전투이며, 기동성의 결여로 진전 현황이 킬로미터·마일이 아닌 야드·미터로 측정된다.

넷째 이유는 서방 측 무기지원이 지연된 탓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공세의 지지부진이 대반격에 필요한 탱크·장갑차·탄약 등을 너무 늦게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작년 7월 서방국은 우크라이나의 공세에 필요한 것들을 인식했다. 또 우크라이나는 작년 9월부터 특정한 훈련·무기·보급 등을 요청해왔다. 하지만 올 1월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이 우크라이나에 탱크·장갑차 지원을 약속했지만 미국의 에이브럼스(M1A1 Abrams) 탱크 31대는 9월이 되어야 도착할 예정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F-16 전투기와 HIMARS용 집속탄(M26 DCIPM)을 우크라이나 반격에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는 무기체계로 꼽는다러시아가 공중우세를 차지한 상황에서 F-16이 지원되면 반격작전에서 서방이 제공한 전투차량·탱크·장갑차장사정포방공체계와 공지합동작전을 통해 정밀타격·근접항공지원·방공 등 3가지 분야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비록 F-16이 단독으로 게임체인저가 되지는 못하겠지만점점 더 많은 첨단무기들이 제공됨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전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HIMARS용 집속탄은 러시아 방어진을 돌파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155mm DCIPM 포탄의 사거리가 25인 데 비해, HIMARS로 발사되는 M26 DCIPM은 45까지 날아간다러시아군이 포탄을 발사하면 우크라이나군은 대()포병레이더로 탄도를 역추적하여 정확한 사격으로 대응한다그러나 25㎞ 떨어진 표적(특정 포대)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확률(미 육군 통계에 의하면 1% 미만)은 매우 낮다. 155㎜ DCIPM의 자탄(새끼탄숫자는 88개이다산술적으로 명중 확률이 88배로 높아지지만미 육군에 의하면 DCIPM의 명중률은 평균 30%따라서 자탄이 512·633개인 M26 DCIPM은 훨씬 더 치명적이다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반격작전에서 미국산 집속탄이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전했다.

 

애매모호한 미국의 목표

아마도 우크라이나의 반격작전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답답한 모습을 보이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관련국들 간 전쟁목표의 근본적 불일치 때문일 것이다우선 우크라이나의 목표는 분명하다독립국으로서의 영토 보전(territorial integrity)과 주권 수호다우크라이나의 최소 목표는 2014년 이후 러시아가 점령한 모든 영토(크름반도 포함)의 회복 및 1991년 소련 해체 당시 국경선의 복원이다.

반면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이란 명칭으로 침략전쟁을 시작했을 당시 전쟁 명분은 탈나치화 탈군사화 대량학살 방지였다탈나치화는 젤렌스키 정권의 참수·제거탈군사화는 우크라군 무장해제대량학살 방지는 전쟁 책임 뒤집어씌우기가 진짜 목적이다구체적으로 러시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전역의 무력점령이지만, ‘최소 목표는 침략전쟁 이전에 확보한 돈바스·크름반도 유지우크라의 NATO 가입 저지 등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의 목표가 비교적 선명한 반면미국의 목표는 우크라 주권·영토보전 지원 러시아의 추가적 침략 억제 NATO 강화 등으로 한결 모호하다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원조의 목표를 궁극적 평화협상을 위해 가능한 가장 강력한 위치에 올려놓기라고 밝혔다한편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최소 목표의 달성도 어렵다고 본다일례로 크름반도는 우크라이나·러시아 공히 양보가 불가능한 레드라인이다그러나 미국은 크름반도 회복을 위한 우크라의 싸움을 지원하는 과정에서크름반도 상실을 굴욕으로 간주하는 러시아와 핵전쟁까지 감수할 생각이 전혀 없다사실 우크라이나전에서 미국의 숨겨진 최대 목표는 확전(NATO·러시아의 정면충돌방지’, 나아가 러시아와의 핵전쟁 방지다.

이처럼 전쟁 목표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 지원이라는 애매한 정책선언이 나온 것이다이것은 전략적으로 달성가능한 정치적·군사적 목표가 아니라선의로 포장된 공허한 구호(hollow platitude)’에 가깝다전략 목표가 분명해야 우크라이나가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예컨대 지뢰제거 장비장거리 정밀무기방공체계무인기같이 우크라이나가 돌파구 형성에 절실히 필요한 자산들이 주력전차(MBT)나 F-16 전투기 같은 매력적인 거대 주제들에 가려지는 경향이 있다말하자면 전쟁 목표를 무엇으로 설정할 것인지에 따라우크라이나에 제공될 무기 패키지가 1991년 국경선 회복의 지원을 위한 것인지아니면 단지 어떤 형태의 협상으로 나아가는 여건조성을 위한 것인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미국은 우크라이나의 패배 방지, NATO·러시아 간 군사충돌(특히 핵전쟁방지 같은 어정쩡한 상태를 최종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이러한 전쟁목표 축소는 과거 6·25전쟁이 제한전쟁으로 변질된 상황과 닮은꼴이다.

 

영원한 전쟁(Forever War)’의 시작?

상기 상황은 우크라이나전이 영토분쟁의 해결 없이 종결될 가능성을 암시한다쌍방은 서로 국경선으로 인정하지 않는 통제선(Line of Contol·LOC)’에 만족해야 할 수도 있다인도·파키스탄(캐시미르 분쟁간 LOC가 대표적이다. 1946~2021년 사례에 기초한 CSIS 연구에 의하면국가 간 전쟁의 26%는 1개월 이내나머지 25%는 1년 이내에 끝났다그러나 전쟁이 1년 이상 지속될 경우평균 10년 이상 지속되었다역사적으로 볼 때 전쟁의 평균 지속기간은 3~7년이다과거 사례에 비추어 이번 전쟁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이런 면에서 6·25전쟁이 하나의 참고점(a point of reference)이 될 수 있다일례로 우크라전은 6·25전쟁처럼 초반에 전선이 빠르게 움직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정체 및 교착상태에 이르지만쌍방이 이를 깨닫는 데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최근 폴리티코는 ‘3가지 우크라전 종결 시나리오를 제시했다첫째우크라이나군이 크름반도를 포함하여 2014년 이후 러시아가 점령한 모든 영토를 회복하는 시나리오다둘째외교적 합의를 통한 전쟁 종결이다셋째우크라이나군의 반격작전이 성공하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이다이 중 세 번째 방안은 우크라이나의 성공(푸틴의 비토권 배제)과 러시아의 실패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시나리오다이를 위해서는 우크라이나가 가능한 한 가장 멀리 진격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해야 한다우크라이나는 내년 적절한 시점에 공세적 반격작전의 중단을 선언하고 수복지역의 방어·재건에 전념한다그런 다음 내년 7월 워싱턴DC에서 개최될 NATO 정상회담에서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에 가입을 초대하고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NATO 조약 제5조에 따라 자국의 통제하에 있는 모든 영토의 안전을 보장받을 것이다민주국가인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제국으로 흡수하려는 푸틴의 제국주의적 야망이 완전히 영구적으로 패배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하지만 이 방식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영토의 일부를 양보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NATO 가입이 합당한지 여부그리고 가입 시기는 온전히 우크라이나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푸틴의 와일드카드에 대비하고 있나

클라우제비츠에 의하면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다군사력은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란 의미다어떤 전쟁에서 실패한 것은 전투에서의 패배 때문이라기보다 달성 가능한 정치적 목표가 없었기 때문일 수 있다가장 최근의 사례가 아프간에서 소련과 미국그리고 베트남에서 미국의 실패다.

흥미롭게도 푸틴은 때때로 이미 전쟁 목표를 대부분 달성한 것처럼 말한다일례로 지난 8월 초에 우크라이나 남부를 가리키는 차르 시대의 용어를 사용하며 러시아의 원시 땅(primordial Russian lands)인 돈바스와 노보로시야가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그러나 6월에는 또다시 키이우로 진격하기 위한 병력을 모을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의 목표에 따라 동원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하며그의 목표가 여전히 유동적임을 시사했다.

문제는 푸틴에게 우크라이나를 신속히 점령하려던 플랜 A만 있을 뿐플랜 B가 없다는 점이다전문가들은 푸틴이 구소련의 세력권(sphere of influence)’ 회복과 우크라이나의 서방진영 합류 방지라는 최대 목표(maximal goal)’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푸틴은 집권 이후부터 구상해 온 거대한 제국주의 비전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많은 사람들은 러시아가 너무도 쇠퇴하여 스스로를 지탱하기에도 힘겨워한다고 말한다. ‘6·25전쟁 모델의 가장 큰 문제는 러시아 지도부가 휴전과 협상을 절실히 원한다고 가정한다는 것이다

사실 푸틴은 협상보다는 승리를 필사적으로 바랄지도 모른다. 러시아는 징병 연령을 30세로 상향시켰고, 오는 10월부터 징집병·예비군 대상자에 대한 여행금지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로써 러시아는 202210월처럼 국외로 나가려는 최대 60만명의 러시아 남성을 묶어 둘 수 있게 되었다. 서방국들이 간과하는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자포리자 공세를 1943년 소련군의 쿠르스크 전투(Battle of Kursk)’와 유사한 맥락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독일군에 대승을 거둔 소련군의 쿠르스크 전투가 바그라티온 작전(Operation Bagration)’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상기 맥락에서 부릴코프와 새터화이트(Alex Burilkov and Wesley Satterwhite)내셔널인터레스트기고문(821일 자)에서 비록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푸틴이 내년 10월 무렵에 제2부분동원령으로 다시금 군사적 도박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되면 동원된 병사들은 6개월간 속성 훈련일정을 거쳐, 내년 봄에 30만 이상의 새로운 병력이 투입될 수 있다.

2024년 키이우로 돌진하는 러시아 군대는 2022년 키이우 진격 당시의 우스꽝스러운 과오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반격작전에 지쳐 공세 종말점에 이른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충분한 병력·무기·물자를 확보한 러시아는 여세를 몰아 돌파구를 마련한 다음, 전통적인 기동전 방식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 깊숙이 진격하여 푸틴이 목표로 삼은 지역을 점령할 수 있다면 전쟁은 러시아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참고로 푸틴이 노리는 최소 목표는 드니프로강 동쪽의 모든 영토의 점령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북동부의 하르키우에서 남서부의 오데사를 45도 각도로 연결하는 선의 우측을 말한다. 다시 말해 우크라이나를 둘로 쪼개 그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 여전히 푸틴의 와일드카드로 남아 있는 셈이다.

우크라이나의 변함없는 전쟁 목표의 최소치2014년 러시아가 강탈한 점령지(크름반도 포함)의 회복이다. 반면 미국과 서방국은 우크라이나의 목표를 달성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 중대한 질문이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와 미국·서방국은 푸틴의 와일드카드에 대비하고 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만큼(for as long as it takes)’ 지원한다는 애매모호한 정책에 변함이 없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주간조선(2773) / 202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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