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 진단] 병력 감소 ‘빨간불’…실정 맞게 제도 변화 논의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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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 진단] 병력 감소 ‘빨간불’…실정 맞게 제도 변화 논의할 때
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 진단
17. 병역자원 수급을 위한 외국인 모병제 도입 모델
호주, 전문성 복무 경험자 소규모 모집
프랑스, 문턱 낮춰 대규모 노동력 확보
국민정서 고려 논의 시기상조지만
타국 사례 참고·연구할 필요 있어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합계출산율 1.3명 이하로 초저출산 사회에 진입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병역자원 감소로 이어졌다. 그로 인해 올해 일부 사단의 신병교육대대 임무가 해제될 만큼 병력자원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현재 출산율 추세라면 오는 2040년께는 20세 남자 인구가 14만 명까지 줄어들 것이란 예측도 있다. 이번에는 주요 국가들의 잠재적 병역자원 감소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해결방법을 알아본다. 조아미 기자
프랑스는 1831년 ‘외인부대’를 창설·운용해 왔으며 1977년부터 이들을 프랑스 육군에 공식 편입시키는 방법으로 대규모 외국인 노동력을 확보했다.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을 앞둔 지난 7월 에펠탑 인근에서 프랑스군 장병들이 순찰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병역자원 수급을 위한 외국인 모병제 도입 모델
2001년 초저출산국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2023년 합계출산율 0.72명을 기록함에 따라 역사상 유례없는 인구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가장 분명한 영향 중 하나는 잠재적인 병역자원의 절대적 수가 감소한다는 사실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로 한국은 향후 수십 년간 군 복무에 동원할 수 있는 인구 비율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그 수치는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최근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안보 위협 증가, 출산율 감소 및 가치관 변화로 인해 병력 모집에 난항을 겪는 국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병역제도 개선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 가운데 주요 대응방안으로 외국인 모병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에 주요 국가들의 사례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병역제도 확립과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국제법상 용병 사용의 금지
‘용병’이란 용어는 주로 정치적 이유보다 금전적 이익을 위해 외국에서 전쟁에 참가하는 자들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전쟁에서 용병을 쓰는 것은 이미 오래된 관행이다. 용병은 전쟁의 역사와도 그 기원을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용병 사용은 역사적으로 합법적인 것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1977년 ‘아프리카에서의 용병제 철폐를 위한 아프리카통일기구(OAU) 협약’ 체결과 1989년 ‘용병 모집, 사용, 자금 조달 및 훈련에 관한 국제협약’이 채택되면서 용병을 모집·사용하는 게 금지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그 당사국이 아니어서 이들 협약에 직접 구속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비준한 1977년 제네바제협약 제1추가의정서 47조 1항에 따르면 용병은 전투원의 지위를 갖지 못하며, 그 결과 전쟁포로 지위도 인정되지 않는다. 이는 사실상 용병 활동을 간접적으로 금지하는 효과를 갖는다.
또한 제1추가의정서 47조에 규정된 ‘용병’의 요건을 충족하려면 무려 6가지 조건이 모두 맞아야 해 실제 용병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경우가 매우 제한적이다. 특정 외국인이 용병으로서의 여러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일단 교전 당사국의 군대에 편입되면 용병에 해당하지 않기에 해당 국가는 용병 활동의 규제를 손쉽게 회피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1977년 이후 모집시점에 자국 국적을 갖지 않은 외국인, 즉 ‘외인 부대원’을 군대에 모집한 많은 나라가 이들을 해당 국가의 군대에 공식 편입시킴으로써 용병 금지에 관한 국제법상의 규율을 회피하고 있다.
주요국의 외국인 모병제 현황
역사적으로 181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체 국가 중 평균적으로 10~20%의 비율에 해당하는 나라가 외인 부대원을 모집하는 정책을 펴 왔다. 최근엔 유엔 회원국 193개국 가운데 31개국이 외인 부대원을 모집하는 정책을 시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국들의 외국인 모병 정책을 살펴보면 크게 3가지 양상을 띤다.
첫째, 특정 기술적 전문성을 갖춘 소수의 외국인을 채용해 전문성을 확보하는 호주 모델이 있다. 호주의 ‘수평적 모집’ 프로그램은 특정 기술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다른 국가의 군대에서 복무 경험이 있는 개인을 입대시키는 절차다. 국내 인력으로 충원하거나 개발이 어려운 전문직위만 소규모로 외인 부대원을 모집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호주방위군은 전투기 조종사, 항공전자 기술자, 잠수함·호위함·초계함 및 연합작전에 쓰이는 전투체계 경험자, 무인항공시스템 운용자, 정보분석관 등 다양한 전문직종에서 외국인들을 채용해 왔다. 이 모델은 고도로 전문화된 훈련을 받은 외국인을 고용함으로써 자체적으로 개발·교육하는 데 수년이 걸리는 역량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 비교적 광범위하고 완화된 요건을 설정해 대규모 외국인 노동력을 확보하는 프랑스 모델이 있다. 프랑스는 1831년 ‘외인부대’를 창설해 운용해 왔는데, 1977년부터 이들을 프랑스 육군에 공식 편입시켰다. 외인 부대원은 프랑스 시민권자인 경우에만 장교로서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프랑스 국방장관이 서명하고 승인하는 계약 형식으로 군 복무를 하게 된다.
17.5세부터 39.5세까지 사이의 남성이면 지원할 수 있다. 특별한 학력이나 자격요건 없이 문맹만 아니면 충분하다. 이 모델은 전문기술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대규모 병력이 필요하거나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는 작전 소요가 많을 경우 유용할 수 있다.
셋째, 역사적·민족적 정체성을 고취하고 국제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디아스포라나 역사적 유대관계가 있는 국가의 국민을 모집하는 이스라엘 모델이 있다. 이스라엘은 유대인이거나 유대인 혈통을 가진 자로서 귀환법에 따라 알리야(디아스포라의 이스라엘 귀환) 자격을 갖춘 외국인을 대상으로 ‘마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이들에게는 일반적인 의무복무 기간보다 짧은 18개월간의 복무 기간이 부여된다. 특히 이스라엘에 직계가족이 없는 군인으로서 군 당국으로부터 ‘고독한 용사’로 인정받은 외국인 자원복무자는 특별한 혜택이 주어진다.
이 같은 독특한 방식의 외국인 모병제도는 이스라엘 국민 사이에서 유대인으로서 정체성을 고취하고, 이스라엘 문제의 국제적 인식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병역제도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안보환경과 구체적인 여건, 특히 지정학적 상황과 적국·주변국의 동향, 정치·경제·사회적 여건, 역사적 배경과 국민 여론, 인구 규모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외국인 모병제 도입 논의는 국민 정서를 비롯한 제반 여건상 시기상조라고 판단된다. 다만 인구 감소 문제가 병역자원 급감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여러 선진국 사례를 참고, 연구해 볼 수 있는 아이디어 중 하나일 수 있다.
안준형 교수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국방일보, 20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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