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다사나이>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_ 전탐병·정통병.....눈·두뇌 vs 신경망 우리는 함정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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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다사나이>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전탐병·정통병
우리는 바다사나이⑥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_ 전탐병·정통병
눈·두뇌 vs 신경망 우리는 함정의 핵심이다
‘잠들지 않는 눈’ 전탐병
레이다 등 탐지장비 운용
항해 관련 정보 실시간 수집
상급부대 소통·함정 활동 기록도
‘다재다능’ 정보통신병
통신망 활용 각종 정보 전달
사이버전 ‘보안’ 관련 업무에
타군 통신병과 달리 ‘정보’ 임무도
(좌) 해군1함대 포항함 정통병 박혜원 병장 / (우) 해군2함대 을지문덕함 전탐병 김유하 일병.
이번에 소개할 수병 군사특기는 비슷한 이름을 가진 전탐병, 정통병입니다. 함정은 레이다 등으로 주변 지형·지물, 망망대해 위에 있는 접촉물을 파악합니다. 전탐병은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파악·분석하며 ‘함정의 눈’ 역할을 하죠. 군 통신망을 담당하는 정통병은 ‘함정의 신경망’에 비유됩니다. 실시간으로 각종 정보를 전달하며 부대원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돕고, 하나의 팀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합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두 군사특기를 알아봅시다.
글=이원준/사진=김병문 기자
‘정보통신’의 약자인 정통은 군 통신망을 활용해 각종 정보를 전달, 신속한 의사결정을 돕는 군사특기다. 기술 흐름에 따라 직무와 업무 범위가 빠르게 변화해 그 역사도 복잡한 편인데, 현재 군사특기인 정통은 2013년 통신·전공·전산이 통합되면서 구성됐다.
함정에서 정통 군사특기의 주요 임무로는 위성통신·디지털 전문처리체계, 정보통신 기반체계, 유·무선 통신장비, 전산기 및 주변장치 등의 운용 및 정비다. 함정이 머나먼 해상에서 안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육상부대와의 통신이 24시간 유지돼야 하는데, 정통은 이들 사이를 잇는 신경망을 담당한다. 정통병은 정통부사관을 보조해 정비·유지 보수를 주로 담당한다.
정통병은 다른 수병과 다르게 함정에서 ‘통신 당직’이라는 개념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전문(전보의 내용이 되는 글)을 지휘통제부대로부터 수신하고, 통신망 내용은 즉시 인지·처리할 수 있도록 대기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정통병은 정보통신학교에서 3~4주간 후반기 교육을 받은 뒤 자대로 배치된다.
해군1함대 2800톤급 호위함(FFG-Ⅱ) 포항함에서 만난 박혜원 병장의 별명은 ‘박하사’다. 함정 내 유일한 정통병이자 수병 최고참으로서 능수능란하게 업무를 처리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 중인 그는 임무를 수행하며 전공지식도 쌓고 있다고 했다.
“군에서 정말 배운 게 많습니다. 가령 국방망을 다루며 폐쇄망의 원리부터 보안, 서버 등 컴퓨터 기술 관련 지식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입대 전에는 단순히 컴퓨터에 랜선을 꽂아서 쓰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코딩과 데이터관리 분야에도 많은 관심이 생겼습니다.”
박 병장은 정통병의 장점으로 타군 통신병과 달리 ‘정보’ 분야 임무도 수행한다는 것을 꼽았다. 실제로 포항함 통신실에는 정통부사관 이외에 정보부사관, 사이버부사관이 함께 근무한다. 박 병장은 함정 근무 경험을 살려 전역 후에는 개발 프로젝트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정통병의 다재다능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 심화하고 있는 사이버전 영역에서 보안과 관련된 업무도 정통병의 영역이다. 컴퓨터침해사고대응반(CERT)에서 근무하는 정통병은 국방망, 인터넷망, 전장망 등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식별하고 보안상 문제가 될 수 있는 사항을 간부들과 함께 해결해 나간다.
정통병은 육상부대에서도 함정과 비슷한 임무를 수행한다. 지휘통제실, 상황실, 각 부대 통신실 등에서 통신망을 유지·보수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박 병장은 해군 수병, 그중에서도 정통병을 선택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목표한 대학에 낙방해 입대 전엔 게임만 하며 한량처럼 살았는데, 함정에서 새로운 업무를 익히며 ‘앞으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많이 얻었다”며 “당직근무를 마친 뒤 함미갑판에서 바라보는 붉은 노을, 밤하늘을 수놓는 아름드리 별빛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눈은 두 개뿐이지만, 거대한 함정은 다양한 눈을 가지고 있다. 함정 곳곳에 달린 레이다, 전자광학추적장치를 비롯한 탐지 장비가 그것이다. 전탐병은 이들 장비를 운용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전탐은 전파탐지의 줄임말로, 방사한 전파가 목표에 부딪혀 반사된 것을 포착해 목표물의 존재와 위치를 탐지하는 군사특기다.
함정에서 전탐병은 전탐부사관을 보조해 레이다와 전투체계장비를 운용한다. 근무 장소는 주로 함교와 전투지휘소(CCC)다. 이곳에서 탐지 장비를 운용하며 항해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다른 군사특기와 마찬가지로 해상근무는 보통 3직제로 24시간 내내 이뤄진다. 함정의 눈은 잠들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상급부대와 소통하고, 함정 활동을 기록하는 일도 전탐병의 업무다. 문자정보망을 이용해 상급부대와 상황을 공유하고, 법정기록물로 활용되는 전탐일지에 지휘보좌 및 항해 권고 등 직무에 관한 내용도 기록한다.
해군2함대 3200톤급 구축함(DDH-Ⅰ) 을지문덕함에는 김유하 일병을 비롯한 전탐병이 여럿 있다. 일반계열로 입대한 김 일병은 ‘함정의 눈과 두뇌’ 역할을 한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전탐병을 선택했다고 한다.
“을지문덕함의 경우 CCC 근무자 중 유일한 수병 계층이 전탐병입니다. 다른 수병보다 상황 중심에 있기에 막중한 책임감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훈련·작전 중에는 하루 2번 4시간씩, 총 8시간 교대 근무합니다. 처음에는 불규칙한 일정이 낯설고 피곤했는데, 금방 적응해 지금은 편하게 느껴집니다.”
김 일병은 임무 중 레이다를 통해 발견한 표적이 엄청나게 중요한 목표물인 사실이 드러났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만큼 전탐병은 해상 작전을 밀접하게 경험할 수 있다.
전탐병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다른 수병과 비교해 ‘화이트칼라’ 특기라는 것이다. 김 일병은 “함내에서 주로 근무하기 때문에 더울 때 시원하고, 추울 때 따뜻하게 일한다”고 표현했다. 물론 전탐병도 정박 중에는 보수 등 작업에 투입된다.
전탐병은 기초군사교육을 수료한 뒤 전투병과학교에서 3주간 후반기 교육을 받는다. 임무 특성상 함정 대신 격오지부대 상황실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육상부대에도 자리가 여럿 있기 때문에 함정·격오지에서 4개월 복무한 뒤 이동하는 전탐병이 꽤 있다.
김 일병은 을지문덕함에 끝까지 남아 임무를 완수할 계획이다. 그는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하나하나 수행하며 앞으로 어디를 가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함정근무가 때로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듬직한 전우들과 끝까지 함께하며 전탐병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원준 기자김병문 기자 / 국방일보,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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