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 월급이나 내 월급이나”…처우 악화에 계엄 타격까지 겹친 軍 장교들 ‘전역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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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 월급이나 내 월급이나”…처우 악화에 계엄 타격까지 겹친 軍 장교들 ‘전역 고민’
한미해군 특수전 대원들이 최근 경남 진해에서 열린 연합 특수전훈련에서 종합전술훈련에 참여하는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 출처 = 대한민국 해군, 연합뉴스]
“전역 신청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무엇을 위한 일인지 이제 잘 모르겠습니다.”
경기 북부의 한 육군 부대에서 최근 중대장 보직을 마친 뒤 참모직으로 배치됐다는 A 대위는 “자부심만으로 해온 군 생활인데 이젠 그것마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때는 군에 일생을 바치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 고민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A 대위는 “사람이 부족하단 이유로 떠안는 일만 늘어나고 처우는 그대로다. 시대가 바뀌면 군도 바뀌어야 하는데 체계도, 조직도 그대로”라며 “자부심, 명예 같은 건 순진한 소리다. 제 자식까지 부실한 관사에 살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토로했다.
올해부터 병장 월급이 사실상 200만원을 넘어선 데다 초급 간부 처우 개선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는 가운데 중간급 간부들의 이탈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우 개선과 관련한 예산 증액이 무산된 영향인데 최근엔 비상계엄 사태로 군의 사기까지 저하됐다는 전언이다.
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육군 중사·상사와 대위 계급의 장기복무자 중 희망전역·휴직자 수가 최근 5년(2020~2024년)간 증가 추세를 기록했다.
중사의 경우 연간 희망전역자가 480명, 430명, 580명이다가 2023년 920명으로 급증했고, 지난해는 1140명을 기록했다. 휴직자는 520명, 630명, 760명, 1000 명, 1180명 순으로 증가했다. 한 육군 장교 출신 예비역은 “휴직도 경제적 이유로 인해 군 밖에서 다른 일을 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기회가 잦다”며 “군 이탈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경기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공지합동 통합화력 운용 훈련’에서 육군 장병들이 제병협동 전력을 통합하여 적 부대 격멸에 나서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 출처 = 대한민국 육군, 연합뉴스]
부사관의 핵심인 상사는 희망전역자가 290명, 230명, 310명, 480명이었는데 지난해 810명으로 급증했다. 상사 휴직자 역시 970명, 1030명, 1210명, 1480명, 1570명 순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상사 장기복무자의 지난해 정원은 2만3100명이었다. 전체의 10.3%가 희망전역 또는 휴직자라는 의미다.
장교인 대위의 경우 희망전역자 수가 220명, 170명, 320명, 370명, 360명 순으로 비교적 일정했다. 그러나 휴직자 수가 2020년 280명에서 지난해 520명으로 배 가까이 급증했다.
군에 ‘말뚝’을 박기로 했던 장기복무자들이 군을 떠난다는 것은 처우에 대한 불만 표출이고, 최근의 비상계엄 사태로 군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뚜렷한 반전 계기를 찾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상계엄 사태 이전부터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근무 중인 장교 B씨는 최근 국방부 내 동향과 관련해 “(업무 분위기가) 우울해져도 너무 우울해졌다”며 “아침에 관사를 나와 국방부로 출근할 때 시민들 눈치가 보일 때도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중간급 간부들의 이탈 현상과 관련해 “처우 개선과 관련된 예산 증액마저 무산되면서 군 간부들을 중심으로 ‘더는 희망이 없다’는 자조 섞인 분위기가 군 내부에 형성되고 있다”며 “군 당국과 여야가 더 적극적으로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현 기자 / 매일경제, 202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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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LcsvUrYMo8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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