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언론동향

[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 진단] 초급간부 중장기 커리어에 영향 없게 제도 설계해야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admin
댓글 0건 조회 538회 작성일 24-08-27 22:15

본문

[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 진단] 초급간부 중장기 커리어에 영향 없게 제도 설계해야

 

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 진단 자발적 의사에 기초한 초급장교 수급 개선 방안

미 육군, 초급장교 장기 복무 유인 노력

병과 배정 연계 정책 도입했지만 난항

성적 상위 생도 불이익 발생 등 역효과

선호 순위 충분히 표출할 수 있게 개선

우리나라도 장기 복무자 유인책 필요

봉급 인상·복무 여건 개선은 예산 부담

비물질적 특혜 방안 우선적 고려될 듯

 

최근 인구절벽 등으로 초급간부 지원율이 하락하고 조기 전역 증가, 복무 중인 간부의 이탈이 늘어나면서 중·장기적인 국가 안보태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 육군은 초급장교의 장기 복무 유인을 위해 병과 배정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미군의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면서 초급장교 수급 개선 방안의 해법을 찾아본다. 조아미 기자


f022a0fe318f9d905800cb32eca277ba_1724764490_7578.png

육군3사관학교 4학년 생도들이 지난 7월 육군특수전학교 강하훈련장에서 실시한 공수기본 자격 강하 훈련을 마친 뒤 성공을 자축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세계 최강으로 일컬어지는 미군도 1990년대부터 조기 전역하는 장교가 늘어나 숙련된 장교 인력풀 유지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미 육군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에 직면해 새로 임관하는 초급장교들의 장기 복무 유인을 제공하기 위한 프로그램 BRADSO(Branch of Choice Active Duty Service Obligation)2006년 도입했다.

BRADSO는 새로 임관하는 장교들이 병과(branch)를 배정받을 때 ADSO(Active Duty Service Obligation)라는 연장 복무 의무와 연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병과는 초급장교들의 중장기 커리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본적으로 생도 시절 성적에 의해 결정되는데 여기에 3년의 추가 복무 의사를 표출할 경우 병과 배정 시 우선순위로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졸업을 앞둔 사관생도가 임관을 앞두고 희망 병과 순위를 제출할 때 항공병과에 장기 복무 의향을 밝혔다면 의무복무 연한 상승 등 불리한 계약조건에도 불구하고 항공 병과를 지망, 해당 특기에 대해 특별히 더 높은 선호도를 지녔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군 입장에서는 장기 복무자원을 획득할 수 있고, 지원자 입장에서도 원하는 특기를 배정받을 가능성이 커지므로 이론적으로 윈윈(win-win)을 달성할 수 있다. 다른 의미에서는 군이 병과 배정을 놓고 생도와 거래하는 것이지만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선호 표출 즉, 장기 복무 의향으로 표현된 선호 강도를 병과 배정에 반영할 수 있게 되므로 개선이라고도 볼 수 있다.

 

미 육군, 시행착오 거듭하며 병과 제도 개선

연장 복무 의사를 병과 배정에 연계하면서까지 모자라는 인력을 충원하고자 했던 미군의 고육지책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결과적으로는 운영상의 오류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가장 큰 문제는 임관 성적이 더 좋음에도 불구하고 불리한 결과를 받는 경우가 생겼다. 생도 때 성적이 낮은 인원이 연장 복무 의향을 밝히고 원하는 병과에 배정됐다면 이에 따라 탈락한, 성적이 더 좋은 다른 생도 입장에서는 억울하지만 정책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결과를 보면 병과 안에 연장 복무자의 분포가 성적이 낮은 순이 아니었다. 어떤 생도는 성적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병과를 못 갈까 걱정해 추가 복무까지 신청했는데, 예상보다 병과 커트라인이 낮아 성적이 더 낮은 생도들이 추가 복무 의무 없이 해당 병과에 합격한 것이다.

따라서 이 제도는 추가 복무 의향을 밝힌 몇몇 생도에게 거꾸로 불이익을 줌으로써 장기 복무 의사 표출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주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복무를 신청하는 숫자는 몇 년 동안 예상보다 저조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미 육군은 2020년부터 추가 복무를 선택하더라도 병과별 커트라인 이상 상위 75%까지는 단기 복무로 우선 지정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그러나 연장 복무 지망자와 그렇지 않은 후보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함으로써 이번에는 추가 복무 의사가 없더라도 원하는 병과를 배정받기 위해 모두가 추가 복무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게다가 병과별 성적이 낮은 순으로 연장 복무를 부여하고자 한 최초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했다. 연장 복무가 병과별 75% 이하 성적자에게 돌아가는 복권과 같은 성격이 되자 연장 복무를 원하지 않는 생도들이 성적 상위 75%에 들 수 있는 다른 병과를 지원하면서 발생한 결과로 추측된다.

미 육군의 병과 배정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제안은 이미 2013년 발간된 논문(Matching with Contracts at the United States Military Academy)에 언급돼 있다. 이론경제학 교수와 현역 장교가 공저자로 참여한 이 논문이 나올 당시 아마 병과 배정 체계의 구체적인 작동 방식과 문제점이 당사자 사이에 공감이 되고 있던 분위기다.

다만 육군 지휘부는 이 논문의 문제 제기와 개선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가 2020년 도입한 변화가 명백한 역효과를 일으키자 몇몇 경제학자를 참여시켜 제도 개선에 들어갔다. 개선된 제도 도입 결과 실제 장기 복무 신청자는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한 바와도 유사해 이전보다 안정적이고 신뢰성 높은 제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선의 핵심은 임관 대상 장교들이 병과 간 선호 순위를 충분히 표출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늘리고, 스스로 선호 순서를 정직하게 보고해도 불이익이 없도록 초점을 맞춘 것이다. 특히 후자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서 발생한 여러 허점이 없는 배정체계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했다.

고무적인 점은 복잡한 선호 순서를 표출하는 제도 운용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초기 우려와 달리 임관 대상자들이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 커리어와 직결된 중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이해 당사자들이 명확한 의견과 정보를 가지고 있고, 이를 잘 반영하는 제도가 합리적으로 뒷받침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이렇게 수집되거나 누적되는 정보는 추후 제도 개선을 위한 기초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

 

군 장기복무자에 대한 유인 정책 필요성

인구 감소와 간부 복무 기피 추세에 직면한 우리나라도 군 장기 복무자에 대한 유인 정책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책 입안자 관점에서, 봉급 인상이나 복무 여건 개선은 추가적인 예산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미군의 사례처럼 장기 복무자에 병과, 진급 등 비물질적 특혜를 주는 정책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잘못 설계될 경우 조직 내 전략적인 행동을 조장하고 중장기적 갈등 요인이 될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진급이나 인사고과처럼 초급 간부의 중장기 커리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민감한 사안보다는 국방대 파견 교육 등 이미 존재하고 비용이 적은 대안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제도가 개인과 조직의 선호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설계만 된다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다.


f022a0fe318f9d905800cb32eca277ba_1724764526_8965.png


조아미 기자 / 국방일보, 2024-08-2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