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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혜택 때문에 더 잘하나?” 외신, 선수들에게 노골적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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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725회 작성일 23-10-1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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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라이브]

그런데 병역 혜택을 생각하면 동기 부여가 더 잘 되나요?” 한 로이터통신 기자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수영 선수들에게 줄기차게 하는 질문이다.

아시안게임이 서양인들에겐 거리가 먼 축제 같지만 종종 AP나 로이터, AFP 같은 해외 통신사 아시아 주재 기자들을 가끔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어디서 들었는지 한국 기자들을 만나면 아시안게임 금메달 입상자에게 주어지는 병역 혜택을 묻곤 한다. 일단 병역 의무라는 제도가 낯선데다 스포츠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이 의무를 해방시켜준다는 게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한 미국인 AP통신 기자는 e스포츠 LoL(리그 오브 레전드)를 함께 보다가 페이커(이상혁)와 같은 팀 5명도 전부 군대를 안 갔느냐면서 독자들이 한국 병역 체계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한 외국인 기자는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손흥민(31)이 병역 혜택을 위해 리그 경기를 중단하고 건너온 사실이나 스포츠 선수는 국제 대회에서 국가 위상을 높이면 병역 혜택을 주는 반면, 전 세계에서 더 유명한 K팝 스타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해 입대한 부분에 대해 한국 내에서도 왈가왈부하고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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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커 이상혁(오른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리그 오브 레전드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외신 기자들의 유별난 관심에 한국 선수들은 다소 겸연쩍어 했다. 남자 접영 50m 우승자 백인철(23)병역이 선수 생활에 지장이 없지 않아 있다. 선수 생활을 조금 더 길게 할 수 있는 이점은 있다고 답했다. e스포츠 LoL 금메달리스트 쵸비정지훈(22)시대를 잘 타고 태어나서 감사하다. 군대에 가는 분들이 존경스럽다고 했다. 조롱도 섞인다. 이번에 롤러스케이팅 남자 3000m 계주에서 마지막 순간 기뻐하다 0.01초 차이로 금메달을 놓친 장본인 정철원(27)을 두고 영국 데일리메일은 너무 일찍 기뻐한 탓에 18개월 동안 군 복무를 해야 한다는 대가를 치르게 됐다그래서 그들은 은메달을 땄는데도 시상대에서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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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 메인프레스센터(MPC)가 각국 취재진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예술체육요원에 대한 병역특례제도는 1973년 도입됐다. 세계 사회에서 존재감이 없던 한국 이름을 알리기 위한 동기 부여 차원이었고 그 숫자도 많지 않았다. 체육 분야만 놓고 보면 초기엔 대상도 올림픽 메달, 세계선수권은 물론 아시아선수권 3위 이내, 심지어 유니버시아드 3위 이내도 해당됐다. 그러다 점점 범위가 좁아져 1990년부터는 올림픽 3위 이내, 아시안게임 1위 정도로 제한됐다. 이들은 4주 동안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본인 활동 분야에서 544시간 봉사하면 군 복무를 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병무청 자료를 보면 1973년 이래 남자 선수 990명이 각종 국제 대회 입상을 통해 병역특례를 받았다. 아시안게임 입상을 통해서 수혜를 입은 인원도 500명에 달한다. 문제는 스포츠를 통한 국위 선양이란 애초 취지가 퇴색되고 있는데도 제도를 개선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자 대표 선수들은 세계선수권 우승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더 목을 맨다고 한다. 대회 수준이나 성과로 보면 세계선수권이 더 위인데 병역 혜택이란 현실적 문제가 실상을 왜곡하는 셈이다.

아시안게임 야구만 해도 참가국이 8개에 불과하고 대부분 아마추어 선수들이 나오는데 한국은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프로 선수들이 대거 출동해 간단하게 금메달을 따고 병역을 해결한다. 아시안게임 야구를 합법적 병역 브로커라고 부르는 이유다.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단 선정 때마다 누가 포함됐니 마니를 놓고 매번 잡음이 일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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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중국 항저우 첸탕 롤러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롤러스케이트 남자 스피드 3000m 계주에서 한국 마지막 주자 정철원이 2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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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중국 항저우 인근 사오싱 야구 스포츠 문화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박세웅(왼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지금 체육 분야 혜택 기준은 거의 1990년 틀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33년이 지났고 한국 국가 위상이나 스포츠 수준, 병역 제도에 대한 국민 인식도 변화가 많았는데 여전히 이를 유지한다는 건 온당치 않아 보인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할 때가 됐다.

박강현 기자 / 조선닷컴,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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