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복무 대신할만한 가치?…공정·형평성 쟁점 부상_ [인구절벽 시대] 공정한 병역의 가치가 우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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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복무 대신할만한 가치?…공정·형평성 쟁점 부상
[인구절벽 시대] 공정한 병역의 가치가 우선해야 한다
‘병역특례’ 용어는 1973년 법률로 정한 ‘특례보충역’ 제도서 유래
1993년 병역법에 관련 조항 흡수돼 ‘대체복무’로 명칭 바꿔 시행
‘국위선양’보다 ‘의무’ 중시 인식 확산…전문가도 ‘재검토’ 의견 다수
지난해 10월 7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는 대한민국 선수들. 연합뉴스
대체복무의 시작…병역자원 넘쳐났던 1970년대 탄생
1973년부터 현재까지 약 990명이 각종 국제 대회 입상을 통해 예술·체육요원으로 대체복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안게임 입상으로 수혜를 입은 인원은 약 500명이다.
병역특례라는 단어는 1973년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특례보충역’에서 유래한다. 특례보충역은 예술·체육 분야 등의 특기를 가진 사람에게 대체복무의 기회를 제공해 ‘문화창달’과 ‘국위선양’을 하게 한다는 것이 취지였다.
당시 시대상은 특례보충역 제도가 탄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국가발전과 산업화가 가속화되던 1970년대에는 국가적 인재를 적절히 배치·활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북한과 대치하는 가운데 국제무대에서의 국가적 위상을 강화할 방안도 필요했다. 무엇보다 당시는 병역자원이 넘쳐났다. 군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들이 있어 공정한 병역의무 이행 차원에서 현역복무 외의 제도가 요구됐다. 결국 정부는 이러한 목소리를 반영해 체육요원, 예술요원 등의 특례보충역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
1993년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이 폐지됨에 따라 병역특례라는 개념은 사실상 법률적 용어에서 사라졌다. 다만 병역법으로 관련 조항이 흡수되면서 병역특례 대신 대체복무라는 이름으로 제도가 시행됐다.
엄밀히 말해 병역특례는 틀린 용어다. 그러나 일반 현역복무와 달리 3주 군사교육 이수 후 지정된 전문분야에서 복무한다는 점, 특히 예술·체육요원들은 자신의 특기를 활용해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마치면 병역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해줌에 따라 여전히 병역특례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반복되는 대체복무 이슈…환희의 열광 속 남겨진 논란
대체복무는 꾸준히 이슈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 강하게 남은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도 병역특례에서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당시 우리 축구대표팀이 4강에 진출하자 특례기준을 바꿔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2006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에 진출한 야구대표팀에 특례가 적용되도록 법령을 개정했다. 그러나 이후 두 대회는 2008년 1월 1일 병역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대체복무 편입기준에서 제외됐다.
2018년에는 손흥민 선수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정부로부터 병역 혜택을 받았다. 손 선수는 올해 3월 복무규정에 명시된 봉사활동 544시간을 모두 이수함으로써 병역의 의무를 마쳤다. 논란이 된 것은 ‘아시아게임 금메달이 대체복무 편입기준에 맞느냐’는 것이었다.
올림픽의 경우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지만, 아시안게임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심판 파견 등에 일부 협조한다. FIFA 의무 차출 조항도 적용되지 않다 보니 올림픽 금메달과 같은 선상에 놓고 병역 혜택을 줘야 하냐는 얘기였다.
최근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축구대표팀 20명, 야구 대표팀 19명이 병역특례를 받게 되자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을 알린 대중문화예술인 방탄소년단(BTS)도 예술·체육요원에 포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은 재점화됐다.
경기도 연천군 육군5보병사단 열쇠신병교육대 인근에 방탄소년단(BTS)의 팬들이 설치한것으로 추정되는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다. 조종원 기자
병역특례 인식의 변화…문화창달, 국위선양 → 공정성, 형평성
대체복무가 꾸준히 이슈가 되는 것은 병역특례제도가 만들어졌을 때와 달리 인구절벽으로 병역자원이 부족해졌다는 점과 함께 사회적 합의 기준이던 ‘국위선양’ 보다 성인 남성이면 누구나 해야 할 의무라는 인식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대체복무는 제도화된 이후 대상과 선발기준이 계속 변경됐다. 일부 병역면탈의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국민적 분노와 상대적 박탈감 등에 따라 주로 대상을 누구로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개정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제도 취지가 문화창달과 국위선양이라는 점을 놓고 기준의 모호성이 줄곧 제기됐다. 무엇보다 현역복무로 인한 행동의 자유, 사회적 격리 등의 제약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2021년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체복무제도인 보충역 제도의 폐지·존치 기준요소에 대해 응답자 26.9%가 현역복무와의 형평성을 꼽았다. 대국민 설문조사와 전문가 델파이 조사에서는 예술·체육요원 제도의 존치 필요 순위가 가장 낮게 나왔다.
이와 반대로 지난해 국회 국방위원회의 조사에서는 대중문화예술인의 대체복무 찬성이 60%를 넘었다. 예술·체육요원 제도가 불필요하다는 게 다수 의견이나, 유지할 경우 순수예술인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예술인도 대체복무 편입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의 의견 또한 다양하다.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병역자원이 넘치고 소수 엘리트 체육인을 육성해서라도 국위선양이 필요했던 50년 전과는 다르게 지금은 현역을 충원할 수 없을 만큼 자원이 부족하고 국위선양을 위한 인재도 대중음악, e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넘쳐난다”며 “병역특례는 지금의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군 관계자는 물론 병역행정 전문가 등 민·관·군 협의체를 구성해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석기 KIDA 국방인력연구센터장은 “현역복무 외 다양한 (병역)제도의 존속은 ‘공평한 인적 부담과 의무’를 해야 한다는 병역제도의 존립 정당성 차원에서 사실상 문제가 된다”면서도 “시대적 상황과 국가정책적 필요성에 따라 세부적 병역제도의 구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 보충역 복무제도는 제도설립 취지 및 목적, 성격이 다양하다”며 “나름의 성과를 거둬왔다는 평가를 부정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특별기획팀=임채무·조수연·김병문 기자 / 국방일보, 20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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