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도 의무적으로 군대 가는 제도, 결국 고려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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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도 의무적으로 군대 가는 제도, 결국 고려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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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여성도 군 현역병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여성의 병사 근무, 나아가 여성 징병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징병제란 국가가 일정 연령대의 국민을 의무적으로 군에 입대시켜 복무하게 하는 제도다. 한국은 헌법에 규정된 ‘국방의 의무’를 근거로 모든 건강한 성인 남성에게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여자는 지원할 경우에만 장교나 부사관으로 복무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 병사, 즉 현역병으로 여성의 복무는 지금까지 허용되지 않았다.
여성의 현역병 입대 허용은 ‘인구절벽 시대’로 불리는 한국 사회의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 부족한 병력을 보충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인구절벽이란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특정 시점 이후부터 생산가능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다.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한국은 군에 입대할 남성 인구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어 장기적인 병력 확보 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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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여성도 현역병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군 복무와 관련한 기본 법률인 병역법은 현역병·예비군·대체복무 등을 규정한다. 현행법상 여성도 지원을 통해 군 복무가 가능하지만 장교(사관학교·학군단 등 출신)나 부사관(군 경력 직업군인)으로만 선발된다. 병사, 즉 의무적으로 일정 기간 복무하는 현역병으로는 갈 수 없다.
개정안에는 병무청장이나 각 군 참모총장이 현역병 선발 시 성별을 따지지 않고 지원자를 뽑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병무청은 징병검사, 입영, 예비군 관리 등을 총괄하는 기관이며, 각 군 참모총장은 육·해·공군의 최고 지휘관이다. 이들이 성별 제한 없이 현역병을 선발할 수 있게 되면 여성도 병사로 입대할 길이 열린다.
최근 6년 새 국군 병력은 11만 명이 줄에 45만 명 수준이다. 정전 상황에서 필요한 최소 규모로 언급되는 50만 명에서 5만 명이 부족하다. 합계출산율 하락으로 20년 뒤에는 군에 입대할 남성이 연간 10만 명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90년대 출생 세대가 현역으로 복무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다. 정부는 모병제(지원병 제도)와 혼합해 병력을 유지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으나 지금 단계에서는 징병제를 유지하지 않고는 상비군 규모를 지탱하기 어렵다는 게 군 내부의 평가다.
여성 현역병 개정안에 대해 시민 반응은 엇갈리지만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하면 필요한 제도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직장인 김 모(26·여)씨는 뉴스1 인터뷰에서 "그간 군 문제에 대해 남성들에게 빚지는 마음을 갖고 있었고 개정안의 내용은 시대상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내용이 아닐까 싶다"면서도 "다만 제도 개선 과정에서 군 내부의 여성 차별 문제나 고충도 함께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정 모(27·여)씨도 "인구 감소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여성도 현역병으로 입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아직 군 내 성폭력 같은 사건이 발생하고 있어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군 내 성폭력 사건은 군 조직 문화의 구조적 문제와도 연결돼 있어 제도 개편 논의와 동시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육군 간부로 복무한 경험이 있는 30대 김 모 씨는 "남녀가 국방의 의무를 함께 지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여성이 현역병으로 입대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애로사항은 사전에 예측하고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개정안은 여성의 병사 복무를 ‘의무’가 아닌 ‘자원’ 형태로 허용하는 것이기에 당장 큰 파급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보인다. 다만 ‘여성 징병제’라는 더 큰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모은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큰 파급력을 가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여성도 병으로 복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미래 인구 감소에 따른 병력 부족의 대책으로 남녀 모두 의무복무를 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육군사관학교 연구진은 최근 발표한 ‘지속 가능한 병역제도 시행을 위한 여성 징병제 도입 가능성 연구’ 논문에서 여성 징병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구진은 "과학기술강군 육성 정책은 여성의 전장 참여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배경을 제공하며, 병 봉급 인상은 징병제에 대한 보상 체계를 강화해 병역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여성 징병제는 지속적인 상비 병력 유지에 기여하며 병력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54세 이상의 병력이 동원된 사례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여성 전투부대의 활약은 여성이 군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여성 징병제는 단순한 병력 충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봤다. 러시아와 이스라엘 사례는 전쟁 상황에서 남녀 구분 없이 병력이 동원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여성 징병제를 실현하려면 장기간에 걸친 정교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법안을 통과시키는 문제를 넘어 복무 기간을 남성과 동일하게 설정할지, 생활관이나 편의시설을 어떻게 마련할지, 성폭력 예방 시스템을 어떻게 보강할지 등 세부 과제가 뒤따른다.
양욱 연구위원은 "언젠가 여성 징병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올 것"이라며 "여성들의 복무 기간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여군 병사까지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에 대한 상세한 의무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 위키트리, 202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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