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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한 미국 우선주의 내세운 트럼프…‘정상외교 불능기’ 한국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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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댓글 0건 조회 44회 작성일 25-01-0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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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한 미국 우선주의 내세운 트럼프정상외교 불능기한국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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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6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DMZ 지역인 파주 캠프 보니파스 북쪽의 최북단 오울렛 초소를 찾아 북한쪽을 살펴보고 있다. 파주/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트럼프가 훨씬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 깃발을 들고 돌아온다. 동맹국들을 향해서도 사정 없이 값비싼 청구서를 예고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동맹이라는 한국이 지난 80년간 익숙했던 외교의 기반도 허물어지고 있다. 국제질서의 근본적 변화 속에 한국 외교안보가 겹겹의 시험대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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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주의 청구서든 트럼프의 귀환, 전환점에 선 한미동맹


트럼프 시대 한미동맹의 첫 시험대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 부담금)이 될 것으로 보인다. 1기 행정부 때도 한국의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했던 트럼프 당선자는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도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부르며 한국이 매년 100억달러(145천억)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미국이 지난해 11월 합의한 2026년 분담금(15192억원)10배 가까운 액수다. 한국이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와 2026년부터 적용할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합의하고 국회 비준까지 마쳤지만, 트럼프는 기존 합의를 무시하고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정부는 동맹의 개념을 완전히 바꾸려한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아시아에서는 한국·일본·필리핀·호주 등의 동맹을 미국 외교안보의 핵심으로 강조해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이 쓸데없는 비용만 들이고 동맹들은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안보우산 아래 있으려면 미국이 요구하는 돈을 내고 미국이 필요한 역할로 변신하라는 것이 트럼프의 동맹 개념이다.

트럼프는 나토 회원국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5%로 올리라는 요구까지 했고, 유럽의 안보 기여가 부족하다며 나토 탈퇴를 위협해왔다. 한국은 이미 GDP2.5%를 군사비로 쓰고 있다. 미국 동맹국 중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런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훨씬 더 많은 방위비 청구서를 보내놓고, 한국이 응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대폭 감축 또는 철수를 위협하며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주한미군 철수·감축이 협상용 카드라고 하더라도, 동맹의 신뢰를 약화시키며 한국의 안보 불안이 높아질 것이다. 차태서 성균관대 교수는 이 과정에서 가치동맹 같은 논리가 작용할 공간은 전무하므로 우리도 거래의 자세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전쟁과 경제·기술 디커플링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겠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이 북한의 위협을 방어하는 본래의 역할이 아닌, 중국 견제의 최전선에서 더 많은 역할을 맡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주한미군이 중국 견제 역할을 확대하게 되면 중국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 외교는 더욱 힘겨운 처지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협상이 얼마나 빨리, 어떤 식으로 재개될 것인지도 한국의 외교안보에 중요한 변수다. 북한은 비핵화를 조건으로 한 협상에는 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핵 위협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 군축 협상'에 나설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은 배제되는 한국 패싱'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비핵화라는 장기적 목표를 포기하지는 않더라도, 우선 북핵 위협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미국과 북한의 군축또는 중간단계협상에 한국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등장하던 2016년에 이어 트럼프 2기 정부가 등장하는 지금도 한국은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상 외교 불능의 상태다. 트럼프는 철저하게 정상들끼리의 톱다운 외교를 추구하기 때문에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의 정상외교는 불가능하다. 12.3 내란 사태 이후 트럼프는 한국 상황에 대해 계속 침묵하고 있다. 트럼프가 한국이 더 약점이 많아진 만만한 상대로 보고 한국을 더 강하게 압박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일단 트럼프가 한국에 무관심한 지금의 상황을 역으로 이용해 더 철저한 준비를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트럼프는 대행체제의 한국에 대해서는 일단 동맹 청구서를 내밀지 않고 있다가 한국의 새 정부가 출범한 뒤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단은 그 기간 동안 트럼프가 다른 동맹들에게 하는 행동들을 보면서 더 정교한 시나리오와 방안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 한겨레신문,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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