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퍼스트 2.0', 세계질서의 대격변 시작되나?_ 미·중·러 패권 경쟁 속 한국의 생존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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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퍼스트 2.0', 세계질서의 대격변 시작되나?
미·중·러 패권 경쟁 속 한국의 생존 전략은?
미국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를 묘사한 인물과 컵. 사진=로이터
국제질서의 근본적 변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25년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이 가져올 세계질서의 지각변동을 28일(현지시각) 심층 분석했다. FT는 특히 한국과 같은 미국 전통 동맹국들이 직면할 안보·경제적 도전을 집중 조명하며, 새로운 생존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2.0' 정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주의 국제질서 근간을 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프린스턴대학교 존 아이켄베리 교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최대 수정주의 세력이 바로 미국"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발언은 나토(NATO) 동맹체제와 자유무역 질서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할 것임을 시사한다.
미국의 고립주의적 전환은 세 가지 핵심 영역에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안보 측면에서 동맹국 방위공약이 약화될 수 있다. 트럼프는 이미 국방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며 방위의무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둘째, 무역 측면에서는 동맹국들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로 WTO 체제가 약화될 수 있다. 셋째, 기후변화, 인권 등 글로벌 이슈에서 국제협력이 후퇴할 수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의 도전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유럽 안보질서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은 미 국방부 평가에 따르면 2027년까지 대만 통일을 위한 군사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양국은 "동방의 부상, 서방의 쇠퇴"를 공공연히 선언하며, BRICS 확대(2024년 1월 기준 6개국 신규 가입)와 위안화 결제 비중 확대(2023년 국제결제 비중 7.5% 기록) 등을 통해 대안적 질서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5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강대국 간 새로운 거래, 우발적 전쟁, 무정부 상태, 미국 없는 세계화, 아메리카 퍼스트의 성공이다. 1970년대 미중 데탕트, 1930년대 국제 무정부 상태, 1차 세계대전 전야의 우발적 전쟁 등 역사적 사례들은 각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각각의 시나리오는 한국에게 복합적인 도전과제를 제시할 것이다. 특히 안보와 경제 영역에서 전략적 딜레마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대국 간 새로운 거래가 이뤄질 경우, 한반도는 미·중 전략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핵심 지역이 될 수 있다. 북한 핵 문제나 주한미군 문제가 양국 간 협상 카드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한국의 국익과 배치될 수 있다.
우발적 전쟁 시나리오에서 한국은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대만 해협에서의 분쟁은 동북아 전체로 확대될 수 있으며, 한반도가 자동개입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북한이 이러한 혼란 상황을 활용할 위험도 있다.
무정부 상태로 진행될 경우, 한국은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미국의 안보 공약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 위험은 증가할 수 있으며, 글로벌 교역 질서 혼란은 수출 의존적인 한국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
미국 없는 세계화 시나리오는 한국에게 어려운 선택을 강요할 것이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를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 특히 중국 중심 경제 질서가 강화될 경우, 한국은 기술과 산업 표준 등에서 중국 영향력을 더 많이 받게 될 수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의 성공 시나리오에서 한국은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 있다. 높은 방위비 분담금, 무역 양보, 대중국 견제 동참 등 미국의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단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기술 동맹과 공급망 재편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의 대응 전략은 구체적이고 실용적이어야 한다. 안보 측면에서는 한미동맹 강화와 함께 국방력 현대화를 위한 적정 수준의 국방비 확보가 필요하다. 특히 첨단 무기체계 확보와 방위산업 육성을 통해 자주국방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산업 공급망 다변화와 함께, 인도·아세안 등으로 수출시장을 다각화해야 한다. 또한, 호주·인도 등 중견국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여 집단적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주변국의 반응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미국은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한·일 협력 강화를 환영하겠지만, 동시에 더 높은 수준의 대중국 견제 동참을 요구할 것이다. 일본은 한·일 안보협력 확대에는 호응하겠지만, 첨단산업 경쟁에서는 견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국의 미국 주도 진영 편입 가능성을 우려하여 경제적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러한 주변국 반응을 고려한 세밀한 전략 조정이 필요하다.
2025년은 세계질서의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한국은 이런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헤징(hedging) 전략을 통해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강대국이 된다는 것은 다른 나라의 일에 무관심할 수 있다는 뜻이지만, 약소국의 외교는 곧 생존이다"라는 키신저 말처럼, 한국의 전략적 선택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기자 park@g-enews.com / 글로벌이코노믹, 202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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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https://www.ft.com/content/d11fa816-0c8f-4c79-abb0-8523dd2ecfe4
https://politics.princeton.edu/news/g-john-ikenberrys-new-book-crisis-liberal-internation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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